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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는 꽃을 위하여
  • 꽃밭에서 브론즈 파트너스회원
  • 2024.11.19 21:44 조회 2,152

잘 가거라, 이 가을날

우리에게 더 이상 잃어버릴 게 무어람

아무것도 있고 아무것도 없다.

가진 것 다 버리고 집 떠나

고승이 되었다가

고승마저 버린 사람도 있느니

가을 꽃 소슬히 땅에 떨어지는

쓸쓸한 사랑쯤은 아무것도 아니다

이른 봄 파릇한 새 옷

하루하루 황금 옷으로 만들었다가

그조차도 훌훌 벗어버리고

초목들도 해탈을 하는

이 숭고한 가을날

잘 가거라, 나 떠나고

빈 들에 선 너는

그대로 한 그루 고승이구나


문정희 시


오늘도 수고많으셨습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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